말보다 행동이 어려웠던 날들의 고백 안녕하세요.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 연말이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계시지는 않으신지요. 저는 올 연말에는 가족들과 하루하루를 보내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외래 진료실에서 당뇨 환자분이 오셨습니다. 이미 타 병원에서 당뇨를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한지 10년 가까이 되어가는 분이었는데요. 더 나은 치료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 제 진료실을 찾으셨습니다. 하지만 이미 사용할 수 있는 당뇨약은 거의 다 사용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혈당 조절은 실패한 상태였습니다. 문제는 약이 아니라, 습관이었기 때문입니다. |
|
|
대봉 감 앞에서 무너진 혈당
'대봉만 끊을 수 있다면!'
환자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혈당 조절이 실패한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환자분 최근 선물 받은 대봉감을 하루 2~3개씩 먹고 있었고,
수면 시간은 하루 4시간 남짓,
운동은 바빠서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의사가 아무리 당뇨약을 잘 써도
나쁜 습관 앞에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대봉을 끊어야 합니다"
제가 가장 먼저 드린 습관 처방이었습니다. 환자분 역시 대봉 감의 위험성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도 알면서도 끊지 못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선물 받은 것이니 어쩔 수 없었다고요. |
|
|
알면서도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들
진료실에서는 참 익숙한 풍경입니다. 어쩌면 환자분은 '또 잔소리를 들었구나' 하며 다른 병원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스쳤습니다.
그래도 저는 대봉과 싸워야 했습니다. 😂
“대봉을 끊지 않으면 방법이 없겠는데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 환자분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는 지난 밤을 저를 떠올렸습니다.
|
|
|
알면서도, 나는 밤마다 왜 그랬을까 ? 알면서도 행동하지 못하는 것, 실은 저도 고백할 게 하나 있습니다. 밤늦게 휴대폰을 보는 습관입니다. 지난 편지에서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기 전에는 휴대폰을 보지 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정작 저는 침대에 누워 휴대폰 스크린을 내리고 있었던 겁니다.
낮동안엔 열심히 일했으니, 밤만큼은 세상 돌아가는 것도 좀 둘러보고 싶었고요. 무엇보다 그날의 기사는 잠을 반납해야 할 정도로 흥미진진했거든요. 게다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콘텐츠를 만드는지 레퍼런스를 찾아보고 싶다는 그럴듯한 핑계를 붙이면서 말이죠.
|
|
|
우리는 왜 알면서도 행동하지 못할까 ? 1. 말에는 에너지가 없어도 되지만,
행동에는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바쁘고 지친날에는 행동보다 말이 앞서게 됩니다. 요즘 저는 아이에게는 휴대폰을 보지 말라고 하면서, 뒤에서 몰래 휴대폰을 훔쳐보던 날들이 잦았습니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제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질때도 있었는데요. 그 뒤에는 힘들고 지친 하루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에너지가 쓰이지 않는 말만 할뿐이었던거죠.
2. 이성보다 본능이 더 앞서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생각했던 것 만큼 이성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힘들면 쉬고 싶고, 눕게 되고요. 맛있는걸 보면 먹고 싶은게 자연스럽습니다.
3. 말은 미래를 그리고,
행동은 현재를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운동을 해야지" 라고 말하는 나는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소파에 누워 있는 나는 오늘 하루를 버텨낸 현재의 나입니다. '미래의 나'와 '현재의 나'사이에서 늘 이기는 쪽은 '지금을 살고 있는 나'입니다. |
|
|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위해
1. 정체성을 먼저 만드세요.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습관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정체성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체성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규정하고, 우리는 그 정체성에 어울리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대봉을 먹지 말아야 한다" 대신 "나는 혈당 관리를 하는 사람이다" 라는 정체성은
대봉의 유혹을 뿌리칠 힘을 만들어줍니다.
"휴대폰을 보지 말아야 한다" 대신 "나는 수면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람이다" 라는 정체성이 있다면, 잠자리에 들 때 휴대폰을 멀리 두는 행동이 훨씬 쉬워집니다.
👉이렇게 정체성을 먼저 세워두면 행동은 그 뒤를 따라옵니다.
2. 작은 것 부터 시작해보세요.
한번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습니다. 완벽을 꾀하다 보면, 시작조차 미루게 됩니다. 이때는 행동의 단위를 잘게 쪼개어, 아주 작은 것 부터 시작해보세요.
✔️운동을 해야겠다면, 운동화를 신는 것까지만 ✔️꿀잠 자고 싶다면, 휴대폰을 거실에 두는 것까지만 ✔️혈당관리 하고 싶다면, 대봉 한 개 줄이는 것까지만
아주 작아 보이는 이 한 걸음은 “나는 시작한 사람”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줍니다. 습관은 크게 결심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작게 시작해서 계속되는 것입니다.
3.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일은 반드시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역시 안돼" 라고 포기하기보다는 "오늘까지만" 이렇게 말해보세요. 그리고 내일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저 역시 운동을 못 한 날도 있고,
요리 대신 외식을 한 날도 있고,
글을 써야 할 새벽에 휴대폰 뉴스만 보다가 시간을 날려버린 적도 있습니다.
그런 날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내일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물론, 예외적인 날이 너무 많아서는 안되겠지만요. 😉
4. 환경을 바꾸면 행동도 달라집니다.
대봉으로 혈당 관리에 실패한 환자분께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여쭈었습니다. 하지만 환자분은 여전히 대봉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셨습니다.
"선물 받은 귀한 대봉, 매일 하나씩 먹지 않으면 썩어 버릴게 뻔하니 아깝다"고요.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그 대봉, 저에게 주세요." 물론 농담이었고요, 직원분들 모두와 나눠 드시면 어떻겠냐고 말씀드렸습니다.
눈앞에 보이지 않아야, 먹지 않게 됩니다.
환자분이 대봉을 먹게 된 이유는
그저 보였기 때문입니다.
저도 저의 ‘대봉’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정체성을 다시 세우고, 아주 작은것 부터 시작하고, 환경을 바꿨습니다
환자분이 대봉을 치웠다면, 저 역시 저의 대봉을 치워야 했습니다.
1️⃣ 정체성을 심었습니다 '나는 아이에게 말이 아닌, 삶으로 보여주는 사람이고, 현실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이 문장을 마음에 새겼습니다.
2️⃣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큰 결심 대신 아주 작은 행동 하나를 정했습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아두는 것. 그게 전부였습니다.
3️⃣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충전기에 꽂힌 휴대폰은 그 자리에 그대로 두었습니다. 손에 쥐지 않게 되자, 굳이 찾지 않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잠들기 전 휴대폰을 보는 습관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시 거실로 나가 휴대폰을 들고 오는 일, 생각보다 꽤 귀찮거든요.
그렇게 저는 다시 한번 휴대폰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먼저 치우고 싶은
'대봉' 있으신가요?
알면서도 자꾸만 하게 되는 것,
알면서도 자꾸만 안하게 되는 것.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기 위해 ㅡ
정체성을 새기고, 아주 작은 것 하나부터 시작해보시길 바랍니다.
|
|
|
🩺닥터키드니 생활 습관 기록부
💟 운동 습관
"운동해야지" 대신 "나는 운동하는 사람이다."
저는 이 정체성이 매일 운동하는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은 꽤 오랫동안 저를 다잡아주었습니다. 운동하는 사람이니, 매일 운동할 수 밖에요. 님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신가요? 꼭 한번 해보세요. 절대 손해보는 일은 아니니까요. |
|
|
💟 의사의 식탁 이번주 <의사의 식탁>에서는 집에서 수확한 바질로 만든 페스토를 소개했습니다. 무심코 심었던 바질, 생각보다 너무 무성하게 자라서, 한동안 주방 한켠에서 저를 압박했는데요. 일단 수확부터 시작했고, 내친김에 바질 페스토 까지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이번 주 내내 파스타, 샐러드, 샌드위치까지 우리집 식탁이 풍성해 졌습니다. 미루고 있는 일이 있다면, 일단 시작부터 해보세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 이럴 때 쓰는 말이더라고요.
|
|
|
💌오늘의 습관 처방전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은 분명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삶은,
우리 사회는 조금 더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만약 지금,
딱 하나의 정체성만 고른다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가요?
- 말이 아닌 삶으로 보여주는 사람
-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
- 꾸준히 운동을 하는 사람
-
밤에 푹 자는 사람
-
나를 함부로 쓰지 않는 사람
- 공개 후기는 다음 뉴스레터에서 소개합니다.
- 비공개 후기는 저만 조용히 마음에 담겠습니다.
|
|
|
💌 함께하는 공개 후기 소개
💬 (후기) 습관 처럼 해야할 일이 있는데, 생각안에서만 맴도네요. 연초에 세웠던 계획도 지키지 못했구요. 하루 세끼 밥과 잡다한 것들로 하루를 버리는 느낌...... 비트. 당근.사과 라페 만들어서 물, 소금, 천연발효종, 전립분 통밀로 직접 만든 빵과 아침 먹었답니다. 쌀누룩음료에 발사믹 비네가 넣어서 혈당스파이크가 덜해주기를 바라며 곁 들였어요. 사진을 올릴 수가 없군요. 선생님 글을 대하면 나태해진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 (답장) 오늘 편지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알면서도 하지 않게 되는거, 저도 그래요. ㅎㅎㅎ 그래도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지셨죠~ 직접 만든 빵으로 아침을 차리는 것, 쌀누룩 음료에 발사믹 비네가를 넣는 일. 모두 건강한 사람이 하는 일인걸요! 어제보다는 오늘, 분명 더 원하는 삶으로 나아가고 있는 겁니다. 우리 함께 화이팅해요!
💬 (후기) -중략- 마지막 말이 오래 남습니다. “건강한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그런 사람을 곁에 두세요.” 선생님, 오늘은 제가 그 말을 선생님께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 같은 사람을 곁에 두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따뜻해지고,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 (답장) 일주일전에 제게 보내주신 편지를 읽으며, 따뜻한 마음도 번져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좋은 사람 주변엔 좋은 사람이 가득하다는 정신과 친구가 해준 말이 떠오르는 중입니다. 늘 따뜻하게 말씀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따뜻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후기) 미러링 효과 맞는것같습니다 전 아이들에게서 미러링 효과를 경험했네요 긍정적인 아이들 사랑을 표현하는 아이들 t인 지라 잘 표현을 못했는데 어느순간 저도 표현을 하고있는걸 발견했네요^^ ▶️ (답장) 저도 제가 자주 쓰는말 네살짜리 아이가 따라하는 거 보고 넘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아이가 무슨 말을 하면, '어차피' 라는 말을 쓰길래, 살펴보니 제가 그 말을 정말 많이 쓰고 있더라고요. 무의식중에 쓰는 말이라 몰랐는데, 하루에도 제가 몇번씩 쓰니깐, 아이도 자연스럽게 그 말을 자주 사용하더라구요. ㅎㅎ
💬 (후기) 우연하게 원장님의 블로그를 알면서 뉴스레터까지 구독하게 되었습니다. 으직 미혼이지만 원장님같은 엄마, 아내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답장) 만나서 반갑습니다. ^^ 저도 많이 부족한 엄마고, 아내지만, 더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함께 해봐용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