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닥터 키드니 최아란입니다.
연말연시의 분주했던 분위기가 이제야 좀 차분해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1월 둘째 주가 되어서야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중인데요. 님은 요즘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나는 예스걸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예스걸'이었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상대가 부탁하는 것은 웬만하면 거의 다 들어주는, 그런 사람이었죠. 특히 작년 한 해는 예스걸이 여기저기 예스, 예스를 남발하다보니 제 몸이 아주 고생을 했습니다.
무리한 일정이 이어지던 중, 배가 아팠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온라인 줌 모임이 하나 잡혔습니다. 그날만큼은 정말 쉬고 싶었지만, 끝내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빠지면 상대가 서운해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또 무리를 해서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줌 화면을 켜니 10명이 넘는 모임에서 실제로 접속한 사람은 오직 세 명뿐이었습니다. 화면을 끄고 나니 잠들 시간도 훌쩍 지나있었고, 몸도 마음도 허탈해진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가진 시간과 에너지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예스걸은 그 사실을 자주 잊습니다. 거절하지 못했던 탓에 저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잠을 줄여야 했고, 수면이 무너진 후엔 늘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오던 패턴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나는 왜 거절하지 못할까
거절하지 못한 이유는 늘 비슷했습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저는 타인을 배려하느라 정작 내 몸은 거의 돌보지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예스걸의 착한 선택이 항상 건강한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모두에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며 나를 조금씩 미뤄두었는데, 결국 그 '조금씩'이 쌓여 고생은 온전히 제 몫이 되었습니다. 혹시 님도 그런 적 있지 않나요 ?
진료실에서 만난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
저는 진료실에서도 저와 많이 닮은, 거절하지 못하는 환자분들을 만납니다.
혈당 조절이 필요한데 남편이 자꾸만 빵을 사온다면 거절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던 환자분. 모임에서 권하는 술을 도무지 거절하지 못하겠다고 하시던 또 다른 분.
환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저는 거절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며 이리저리 끌려다니던 예스걸인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습관이 무너지는 과정은
의지 부족이 아니라 환경과 상황의 문제
습관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집니다. 어쩌면 우리는 의지가 약한게 아니라, 거절 연습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같이 먹자"며 나눠준 간식 앞에서 무너지고, 식단 관리는 내일로 넘겨버린 순간. 술은 조금 마셔야지 생각했던 회식 자리에서는 건네는 술잔을 뿌리치지 못했던 순간들.
의지는 충분했지만 선택권이 거의 없는 환경에 놓여 있었던 것 뿐입니다.
돌아보면, 그런 환경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거절을 연습해본 적 없던 나의 선택들이 조금씩 쌓여 만들어진 것이기도 했습니다.
거절의 기술
얼마 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가볍게 술 한잔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들 자연스럽게 한 잔씩 시키는 분위기였죠. 저도 옆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술을 권했습니다. 그때 친구 한 명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나는 괜찮아. 의사 선생님이 마시지 말래."
아주 부드러운 거절었습니다. 거절을 당했는데도 전혀 서운하지 않았고, 분위기도 흐트러지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분명하니 오히려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친구의 선택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쪽으로 흘렀습니다.
거절을 해본 적 없다면,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 솔직한 이유를 말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요즘 거절하지 못하는 환자분들께 이렇게 말씀드려요.
"그럴 땐 제 핑계 대셔도 괜찮아요.
의사 선생님이 먹지 말랬다고요."
님께도 필요하다면 제가 기꺼이 악역을 맡아드릴게요. 😉
💌오늘의 습관 처방전
거절은 나를 지키는 행동이고, 나를 가장 먼저 배려하는 연습이기도 합니다.
✨건강한 습관을 만들려면
거절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 괜찮습니다. 지금은 배가 불러서요.
- 괜찮습니다. 요즘 금주 중이라서요.
- 괜찮습니다.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서요.
님, 여전히 거절이 어색하신가요?
괜찮습니다. 나를 지키려면요.
- 공개 후기는 다음 뉴스레터에서 소개합니다.
- 비공개 후기는 저만 조용히 마음에 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