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지금 뭐하는 거야?
며칠 전 온라인으로 학회 줌 회의가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밥을 차려주고, 잠시 노트북으로 접속해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제 발표를 마치고 한 숨 돌릴 때였습니다. 마침 학회 유튜브에 올라갈 영상의 편집본 컨펌이 떠올랐습니다. 다음 날이 업로드 예정이었는데 제가 깜빡하고 있었던 겁니다.
회의 중 잠시, 왼쪽 눈은 줌 화면을 보고, 오른쪽 눈은 휴대폰으로 영상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녁을 다 먹은 아이가 방으로 들어와 저를 가만히 보더니 말했습니다. 양손을 가리키며, 꽤 진지한 얼굴로요.
"엄마, 지금 뭐하는 거야?
이거 하는 거야. 저거 하는 거야?"
저는 둘 다 하고 있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OK 표시를 만들어 보였지만, 그 순간 뜨끔했고,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회의 중인 선생님들에게도, 편집팀에게도. 무엇보다 아이에게 말이죠.
아이의 질문은 한동안 저를 멍하게 만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늘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해왔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는 건 아주 오래된 저의 점심 루틴이었습니다. 가족과 TV를 보면서도 손에서는 휴대폰을 놓지 못한 채 온라인 마트에서다음날 먹거리를 준비하곤 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한 제게 멀티태스킹은 구원같았습니다. 여러 일을 동시에 해내며 효율적으로 잘 살고 있다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저는 단 한순간도 '지금 여기'에 온전히 있지 못했습니다. 아이와 TV를 보다가도 함께 웃지 못했던 이유도 실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몸만 아이 곁에 있었을 뿐, 제 정신은 인터넷 어딘가를 떠돌며 장을 보고 있었으니까요.
영원히 살지 못하는 나
영원은 끝이 없는 것을 말합니다. 유일하게 끝이 없는 건 오직 '현재' 뿐입니다. 영원이란 지금, 매순간을 뜻합니다. 그러니깐 영원히 산다는 것은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 일입니다. 결국 영원한 삶은 '지금 여기에' 사는 사람의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저는 영원히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습관을 처방하는 제가, 정작 영원히 살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지금 여기에 머무는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모순처럼 느껴졌습니다.
멀티태스킹에 치르는 숨겨진 비용
멀티태스킹은 당장은 편해 보이지만, 결국 건강한 습관을 만드는 데에는 방해가 됩니다. 몸과 마음을 더 지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관련 논문을 찾아보며 놀라웠던 점은 멀티태스킹은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생산성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떨어뜨리고 (최대 40% 감소), 정신적 피로와 스트레스는 더 늘린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멀티태스킹 습관을 오래 지속할수록 우울과 불안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 참고논문 : Digital multitasking and hyperactivity: unveiling the hidden costs to brain health (PMCID: PMC11543232)
인간의 뇌는 본질적으로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도록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멀티태스킹이 뇌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복잡하게 하고 우울하게 만든다니. 님은 어떠신가요. 온전히 지금 여기에 살고 계신가요 ?
멀티태스킹을 하는 나에게, 또 당신에게
올 한 해, 저는 멀티태스킹을 줄이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보려 합니다. 님, 저와 비슷한 상황에 계신다면, 우리 한 번 영원을 사는 연습을 해보지 않으시겠어요. 요즘 저는 이런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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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을 때는 밥만 먹기 (휴대폰으로 뉴스 보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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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을 보이지 않는 곳에 두기 (옆에 있으면 자꾸 보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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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드나들던 사이트 삭제하기 (벌써 2주째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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