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다이어리에 쓰는 것
저는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자고 있는 가족들을 확인합니다. 한명이라도 깨면 소중한 아침 시간이 날아가버리니깐, 조용히 움직여야 합니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부엌으로 갑니다. 따뜻한 물을 한잔 받아 들고 책상 앞에 앉아 다이어리를 펼칩니다.
다이어리에는 데스노트를 씁니다. 누구를 미워해서 쓰는 데스노트가 아니라, 죽음을 떠올리는 겁니다. 이런 아침 습관이 만들어진 계기가 있습니다.
정할머니가 남기고 간
망고 세개 정 할머니는 웃음과 정이 많았던 환자였습니다. 어느 날 정 할머니는 장바구니를 들고 진료실 문을 열었습니다. 마트에서 샀다며, 새노랗고 매끈한 망고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서둘러 나갔습니다. 한눈에 봐도 신선하고 먹음직스러웠던 망고였기에 조금 더 익혀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며칠 뒤 정 할머니는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아직 익지 않은 망고를 볼 때마다 할머니가 떠올랐습니다. 마지막 선물 같았던 망고를 아이와 함께 나눠 먹으며, 정 할머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할머니가 주신 망고는 참 달고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끝내 그 말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날이 마지막인 줄 알았더라면,
좀 더 다정하고 친절한 말을 해드릴 걸,
눈을 한번 더 마주하고 손을 한번 더 잡아드릴 걸,
하는 아쉬움이 꽤 오래 남아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아침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정 할머니가 남기고 간 건 망고가 아니라 감사와 친절이었습니다.
오늘이 내가 맞이하는
마지막 아침이라면? 저는 죽음을 자주 마주하지만, 결코 익숙한 죽음은 없습니다. 매번 마주하는 죽음은 갑작스럽습니다. 슬프고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죽음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갑니다. 그 사실을 자주 잊고 살 뿐입니다. 종착지를 잊지 않으려 하는 것, 그것이 바로 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나 또한 죽을 것임을 기억한다"는 다짐입니다.
나의 죽음을 떠올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가 떠난 후 남겨질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엄마 없이 살아가게 될 아이의 미래가, 집밥 없이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남편의 밥상이 걱정됩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생에 대한 감사함과 곁에 숨 쉬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됩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지금을 미루지 않게 됩니다.
아이를 한 번 더 안아주게 되고,
남편에게 짜증 내는 말투를 삼키게 되고,
병원에서는 환자의 눈을 더 오래 바라보게 됩니다.
지금껏 열심히 잘 살아온 내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어 지더군요.
건강한 아침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하고,
타인에게뿐 아니라 나에게도 친절한 말을 건넵니다.
이렇게 님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도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하지 못할 이유가 없더군요.
오늘의 습관 처방전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무엇을 미루지 않으시겠습니까?
저는 사랑한다는 말을 미루지 않겠습니다.
님, 한 주 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
오늘 <습관 처방전> 어떠셨나요?
- 님 후기는 저를 춤추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 공개 후기 중 일부는 다음 레터에서 소개해요.
- 비공개 후기는 저만 조용히 마음에 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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