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몸과 마음이 바쁜 3월 첫째주. 어떻게 보내셨나요? 새로운 출발 앞에 선 많은 분들을 응원합니다.
멀어진 출퇴근 시간이 내게 준 것
저는 최근에 이사를 하면서 출퇴근 시간이 2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이른 출근임에도 도로는 꽉 막혀 있었고, 한숨만 푹푹 나왔습니다. 퇴근 시간은 교통 상황에 따라 언제나 불확실했습니다. 늦을까봐 늘 마음이 조급했고, 괜히 이사했다는 후회도 들었습니다. 남편에게 툴툴거리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출퇴근 전 지도를 보며 교통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하루 루틴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다 문득, 지하철을 타고 걷는 시간과 차 안에서 운전하며 보내는 시간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차안에서 불확실성에 기대어 조마조마하게 보내는 것보다, 지하철을 타고 움직이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 차 대신 지하철을 타는 날이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세상에 나쁜 일만 있는 것도,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없다
퇴근 길, 지하철 안에서 이어폰으로 라디오를 듣던 날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운전하면서 늘 듣기만 하던 라디오 방송이었는데, 나도 한번쯤 사연을 보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가락이 근질거렸습니다.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사해서 멀어진 출퇴근 시간 때문에 우울했는데, 덕분에 처음으로 사연을 보낼 수 있게 되었네요. 모든 일에는 나쁘기만 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제 문자를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습니다. 그날은 봄이 오기 전 떠나기 아쉬운 겨울의 찬 바람도 조금은 용서가 되었고, 이 세상에 나만 출퇴근 시간이 긴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대중 교통이 부린
마법 같은 선물, 또 다른 시간
대중 교통을 이용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걷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운동 시간이 저절로 확보되었습니다. 꽉 막힌 도로를 지하철을 타고 지나칠 때의 쾌감도 꽤 괜찮았습니다.
제 차는 도로에 기름을 흩뿌리고 다닌다고 농담할 정도로 연비가 좋지 못한데요. 주유비가 고공행진하는 요즘, 주유비가 대폭 줄었다는 점도 또 다른 기쁨 중 하나입니다.
지하철에 앉아 가는 시간 틈틈이 책을 읽으면서 독서량도 늘었습니다. 정지음 작가는 매일 반복되는 왕복 3시간의 출퇴근 시간에 쓴 글 덕분에 첫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대중교통 수단이 읽고 쓰는 작업실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시간을 번 것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삶의 긍정적 태도는 어디에서 오는가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만나면,
같은 병을 앓고 있어도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사람마다 참 다릅니다.
병 때문에 삶이 힘들고 피곤해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병 덕분에 자신을 돌보게 되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삶의 긍정적인 태도는 건강과도 연관성이 높습니다. 연구에 의하면 자신의 삶에 일어난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11~15% 정도 수명이 더 길고, 85세 이상까지 장수할 확률이 더 높다고 합니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합니다.
삶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 할때,
누군가는 "그 일 때문에, 당신 때문에..." 라고 말합니다.
또 어떤 분들은 "그 일 덕분에, 당신 덕분에..." 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때문에' 라는 말 대신
'덕분에' 단어를 더 자주 써보려고 합니다.
멀어진 출퇴근 때문에 '힘들어졌다'가 아니라
멀어진 출퇴근 덕분에 '새로운 시간을 얻게 되었다'고요.
만약 이사를 하지 않았다면 저는 아마 지금의 이 생각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모두 멀어진 출퇴근 시간 덕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