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습관 처방전을 다시 들여다보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시작부터 잘못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건 아이를 위한 습관 프로젝트가 아니라, 엄마 혼자만의 습관 프로젝트였습니다. 처음부터 아이 스스로 결정한 일이 아니라, 엄마의 주도하에 시작되었습니다. 엄마가 시킨 일이 재미있을리 없었습니다.
진료실에서도 비슷한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잡곡밥은 절대로 못 먹겠다는 환자분이었습니다. 그분은 어린 시절 혼분식 장려 운동을 경험한 세대였습니다. 점심시간마다 도시락 검사를 받으며 잡곡밥을 억지로 먹어야 했다고 합니다. 잡곡밥은 건강에 좋은 음식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분에게는 평생의 잡곡밥 트라우마만 남겼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잡곡밥이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손이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억지로 시작된 습관이
평생습관으로 자리 잡을리 없습니다.
✨ 좋은 음식도, 건강한 습관도
강요하면 하기 싫어지게 됩니다.
내가 쌓아온 나의 습관들
문득 제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유지해온 습관들은 누가 시켜서 시작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새벽에 글을 쓰는 일
책을 읽는 일
요리를 하는 일
뉴스레터를 보내는 일.
이 모든 것들은 누군가 시켜서 했다면 이렇게 오래가지 못했을 겁니다. 제가 선택해서 시작한 일이었기 때문에 즐거웠고, 실패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실패해서 다행이다
습관 프로젝트 실패는 한동안 마음을 쓰라리게 했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다행이었습니다. 아이의 이런 반응이 없었다면 저는 제 삶의 방식을 아이에게 계속 강요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강요는 내려 놓고,
실패한 습관 프로젝트를 다시 써보기로 했습니다.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은 분들을 위한 처방전
사람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일을 할 때, 즉 자율성에 기반할 때 완전히 내 습관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도, 환자분들에게도 꼭 필요한 능력입니다. 제가 생각해본 자율성을 키우는 습관 처방전 입니다.
1. 믿습니다
누구든지 자기 삶을 잘 살아가고 싶어 합니다. 아이도, 환자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2. 선택권을 줍니다
강요가 아닌 선택권을 제공합니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일단 어떤 습관을 만들고 싶은지부터 묻습니다.
3. 실패를 허용합니다
습관은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며 만들어집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실패할 기회를 방해하지 않아야 합니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다시 하면 된다고 격려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4. 기다려줍니다
사람마다 저 마다의 속도가 있습니다. 나의 속도를 맞춰 타인을 걷게 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때로는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5. 관계를 지킵니다
관계가 좋은 사람이 권하는 말은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관계가 틀어진 사람이 하는 말은 아무리 옳아도 듣기 싫어집니다. 그래서 아이에게도, 환자에게도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관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