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해 봤자 뭐가 달라지지?
방심한 겨울 동안 늘어난 체중을 줄이기 위해 운동과 식단을 바짝 관리하고 있습니다. 밥도 줄이고, 무심코 집어먹던 간식도 대폭 줄였습니다. 외식할 때도 과식하지 않으려 미리 물을 마셔두고, 조금만 먹어도 배부름이 느껴지도록 합니다. 운동도 좀 더 체계적으로 합니다. 매일 아침 천국의 계단을 기본으로 근력 운동을 넣고, 조금이라도 더 걸으려고 출근 시간을 앞당겼습니다.
그런데도 체중계의 바늘은 좀처럼 꿈쩍하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빠진다면 신이 나서 더 할 자신이 생길 텐데,
생각만큼 변하지 않는 숫자를 보면 답답해집니다.
'이젠 나잇살이겠거니, 해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 몸을 인정하고 군살을 가릴 옷을 더 사야 하나 고민이 됩니다.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데도 변하지 않는다면
그만해야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님은 어떠신가요?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계속할 수 있으신가요 ?
결과에만 집착하면 벌어지는 일들
순간 진료실에서 만났던 수많은 환자분들이 떠올랐습니다.
3년전 당뇨병으로 약을 시작했던 미정씨도 그 중 한 분입니다. 처음에는 운동과 식단에 신경 쓰며 체중 관리에 적극적이었지만, 좀처럼 변하지 않는 체중에 여러 번 실망했습니다. 지금은 다시 예전의 습관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해도 안 빠져요”
미정 씨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체중은 그때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눈에 띄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그 시간을 '의미없는 시간' 이라고 치부합니다. 그동안의 노력에 억울한 감정이 들기도 하죠. 결국 그 일을 멈추고, 다시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결과에 실망해서가 아니라,
결과만 보고 있었기 때문에 포기한 건지도 모릅니다.
습관은 보이지 않는 변화가 먼저
눈에 보이는 몸무게나 체형 변화가 전부는 아닙니다.
이만큼이나 했는데,
우리 몸이 여전히 그대로일 리는 없습니다.
식탁에서 밥을 한 숟갈 덜 먹은 덕분에 식후 혈당 스파이크는 줄었을 겁니다. 숨차게 움직인 덕에 심장도 조금 더 단단해졌을 거고요. 피로가 줄었고, 밤에 깨지 않고 자는 날도 많아졌습니다. 에너지가 늘어난 덕분에 짜증도 덜 나고, 좀 더 생산적인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비록 체중계의 숫자는 그대로일지라도
이미 달라진 것들은 훨씬 더 많습니다.
습관은 보이지 않는 변화가 먼저 쌓이고,
눈에 보이는 결과는 그보다 한참 뒤에 따라옵니다.
끝내 원하는 숫자가 보이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운동하고 식단 관리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늘어났을 게 분명하니까요.
군살이 그대로여도,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어도,
내가 얻는 에너지 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과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
라인홀드 니부어는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
그리고 그 차이를 분별하는 지혜를 구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바꿀 수 없는 것까지 바꾸려 하며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체중계의 숫자가 바뀌어야 한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아 보려 합니다.
몸무게라는 결과에 휘둘리지 않고,
지금하고 있는 식단과 운동을
온전히 즐겨 보겠습니다.
삶은 결국,
결과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과정을 즐기는 사람의 것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