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5월 첫날이자, 긴 연휴의 시작입니다. 님,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
저는 어제와 다름없이 오늘도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왠지 오늘은 어제와 달랐습니다. 여느 때보다 한산했던 도로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새벽에 다녀온 친구 아버지의 장례식장 때문이었을까요. 어쩌면 둘 다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와 같았지만, 조금은 달랐던 아침 친구를 만난 건 10년 만이었습니다. 외국에 살고 있던 친구는 아버지의 발인을 하루 앞두고 급하게 귀국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에는 후회가 가득했습니다. 연신 눈물을 닦아내던 친구가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아버지는 평소 건강하셨다고 합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었습니다. 식사를 하셨고, 산책도 다녀오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셨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심장이 멎은 뒤였습니다. 친구는 제게 물었습니다.
"심근경색이 이렇게 갑자기 올 수 있는 건지..."
그 질문에는 의학적인 궁금증보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마음이 더 크게 담겨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아무 예고도 없이 어느 날.
왜 하필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되는 마음이었습니다.
어떤 설명도 충분하지 않았던 순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말도 쉽게 꺼낼 수 없었습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을 통과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설명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친구들과 선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모두 내과 의사였고, 누군가의 딸이었습니다. 매일 환자의 혈압과 혈당을 살피던 사람들이었지만, 정작 자신의 아버지는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증상이 나타난 뒤에는 손쓸 틈도 없었습니다.
"내가 조금 더 신경 썼더라면."
"미리 검사를 권했더라면."
아쉬움과 후회는 의사라고 해서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의사였지만 막을 수 없었고,
의사였기에 더 깊이 후회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눈가에 눈물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얼굴에는 조금 다른 표정이 섞여 있었습니다.
친구에게 필요했던 건 설명이 아니라, 누군가의 경험, 이해와 공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만 겪는 일은 없다는 위로 감당하기 힘든 일을 통과할 때 우리는 자꾸만 작아집니다. 작아진 마음은 이 세상에서 나만 이런 일을 겪는 것처럼 느끼게 합니다.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에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간을 지나온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에도 작은 공간이 생겨납니다. 슬픔으로만 가득 차 있던 마음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들어올 자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이런 마음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고, 상황을 바꾸어 주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때로는 가장 깊은 위로가 되어줍니다.
이 세상에 나만 겪는 일은 없다는 말은 결코 내 아픔이 가볍다는 뜻도, 내 슬픔이 흔하다는 뜻도 아닙니다.
다만, 이 세상 어딘가에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이 시간을 지나온 사람이 있다는 위로입니다.
저 역시 환자로 지내던 시절, 가장 큰 위로를 받았던 곳은 환우들이 모여 있던 인터넷 카페였습니다. 교수님이나 동료 의사의 설명도 도움이 되었지만, 같은 아픔을 겪은 환자들의 이야기가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나보다 앞서 비슷한 시간을 지나온 사람들의 후기와 그들이 아픔을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며 저도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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